2010년 3월 18일 목요일

진보신당 응원했었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습니다.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연합해서 한나라당과 1:1 대결구도를 만들자는 뜻에 국민과 야당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야권연합에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이 적극적인 모습이고, 진보신당은 매우 불편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진보신당은 현재 야권 단일화 협상에도 불참하는 등 쉽게 야권연합에 동참할 의사가 없어 보입니다.

진보신당, 이해합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해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은 나름 당선권에 있는 유력한 후보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진보신당은 사실 그 어느 곳에서도 당선권에 있는 후보를 보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진보신당의 두 스타 정치인인 노회찬대표와 심상정 전 공동대표도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모두 지지율이 낮은편입니다. 반면에, 민주노동당은 전통적 강세 지역인 울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반MB연대' 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고, 국민참여당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으로 야권단일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로 야권단일화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이렇듯,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없는 진보신당 입장에서는 야권단일화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비록 당선은 못되더라도 노회찬, 심상정 두 스타급 정치인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려는 계산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진보신당 입장에서는 '반MB연대' 로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독재를 막는 것보다 진보신당의 존재감을 높이거나 최소한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급박합니다.

MB정부와 거대 여당 한나라당의 독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이 너무 큽니다. 진보신당은 어느 정당보다도 더 이런 국민의 고통을 가깝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진보신당을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국민이 많은 것입니다. 진보신당에 표를 주고 싶지만, 지금 국민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진보신당을 응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목표가 MB와 한나라당의 독재를 막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무능하고 답답해도 지금 민주당 밉다고 한나라당 당선 되게 놔둘 형편이 아닌 것입니다. 진보신당도 이런 국민의 입장을 정당의 정치적 계산보다 먼저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어려운 부탁인줄 알지만, 이번에 진보신당이 양보하고 희생해주고 그 결과로 MB정부와 한나라당의 독재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게 된다면 국민은 절대로 진보신당의 희생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협상에 임하십시오.

어차피 정치는 타협과 협상입니다. 이번에 진보신당의 협상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십시오. 無로 보이는 상황이지만 최대한 有를 만들어 내는 것은 진보신당의 몫입니다. 야권연합의 틀 안에서 플레이 하시길 바랍니다. 야권단일화 후보가 진보신당 소속이 아니더라도 '반MB' 를 위해서 최대한 열심히 한팀으로 싸워준다면 그 승리는 진보신당의 승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치적 기술의 문제입니다. 단순한 들러리로 그치지 않고, 팀의 승리가 곧 내 승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기술입니다. 그 기술을 터득하고 발휘하시길 바랍니다. 이번에 국민이 보고 싶은 진보신당의 모습이 바로 그런 모습입니다. 그런 모습을 국민은 오래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랄프 네이더의 레슨을 기억하십시오.

2000년 대선에서 미국 소비자연합의 대표 랄프 네이더는 매우 성공적인 캠페인을 치뤘습니다. 전통적으로 양당 대결인 미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쉬 주지사와 민주당의 알 고어 부통령에 이어서 꽤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진보주의자인 랄프 네이더가 얻은 표는 진보진영인 민주당의 지지자들로부터 얻은 표가 대부분입니다. 덕분에 대법원 판결까지 갔던 2000년의 미 대선에서 알 고어 민주당 후보가 패했습니다. 랄프 네이더는 성공했지만, 그 성공으로 인해서 미국의 진보진영으로 부터 호된 뭇매를 맞게 됩니다. 대선 결과로만 본다면 랄프 네이더는 그 이후에 꽤 무게 있는 제3당의 대표로 미국 정치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했어야만 하지만, 그렇게 인기 많던 네이더는 대선에서 표로 얻은 정치적 자산을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만신창이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4년 뒤의 대선에서 그의 존재감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진보신당이 야당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출마해서 표를 많이 얻는다해도, 당선되지 않는 한, 그것은 국민이 보기에 MB정부와 한나라당을 도와준 꼴 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진보신당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지금 어쩔 수 없는 한국의 정치현실입니다.

또한, 독자출마로 인한 리스크도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만일, 진보신당의 독자출마로 한나라당이 당선됨은 물론, 진보신당의 득표율 마저 신통치 않다면 진보신당의 호감도와 존재감은 급격히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국민을 가장 먼저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MB정권이 아직 3년이나 남았습니다. 앞으로의 3년이 지난 2년 만큼 힘들거나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면 국민이 너무 불쌍해집니다. 국민의 어리석은 실수가 어리석은 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이번에 국민에게 그 어리석은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반MB연대'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21세기가 시작된지 10년이 지난 2010년에 뜻밖의 독재정권으로 인해서 고통 받고 신음하는 국민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진보신당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만 한나라당으로부터 뺏어 온다면, 다시는 '명박산성' 같은 어처구니 없는 꼴은 보지 않을 것입니다. '반MB연대' 의 틀 안에서 치열하게 협상하고 최대한 성공적인 선거결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뛰어주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노무현대통령의 죽음과 김대중대통령의 눈물을 다시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국민도 진보신당을 기억할 것입니다.



댓글 2개:

  1. 진보신당 측이 양보하여 딴나라 독재를 막게 된다면 국민들은 진보신당의 희생을 잊지 않을 거라고 하셨는데.. 글쎄요.. 그게 미덥지 못하기 때문에 선뜻 결단을 못내리고 있는 것 아닐까요? 하기사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까 `야당연합`이라는 판 자제가 깨지게 생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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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블링크 - 2010/03/22 19:29
    진보신당 입장에서는 훗날을 믿고 지금 양보하기 어려운 일인건 맞습니다. 이젠 민주당이 또 문제더군요. 참 한심하고 답답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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