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3일 토요일

스티브잡스, '내가 만들어주는대로 써라!'



애플 CEO 스티브잡스의 아이폰에 이은 모바일 블록버스터 아이패드가 드디어 미국에서 프리오더를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물량확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만 우선 출시를 하는 것이죠. 어쨌든, 프리오더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아이패드의 모든 스펙이 정해졌고, 공장의 생산라인이 이미 가동하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마지막까지 애플이 아이패드의 추가기능을 발표하기를 희망했던 사람들은, 특히 화상채팅을 위한 카메라를 간절히도 원했던 사람들은 실망했을게 뻔합니다. 그나마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아이폰과 아이팟터치에서 매우 불편한 '오토 로테이션' 기능을 아이패드에선 유저가 그때마다 원하는대로 설정할 수 있도록 잠금 스위치가 추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대신 Mute 스위치가 빠졌습니다.)

아이폰 유저들은 아이폰에 열광하며 아이폰과 사랑에 빠지지만, 불편한점도 몇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원성을 사는 것이 바로 스크린 자동 로테이션 기능입니다. 밤에 자기 전에 누워서 아이폰으로 이메일을 체크하거나 뉴스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많은데 매번 자동으로 돌아가는 스크린 때문에 짜증이 나는 것이죠. 이 기능을 유저가 편리한대로 정하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1세대 아이폰부터 매우 높았지만, 스티브잡스는 그런 소비자의 원성을 몇년씩이나 모른척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도 스티브잡스는 누워서 아이폰을 사용하는 스타일이 아닌가 봅니다. (반면에, 아이패드에는 스크린 로테이션 잠금 스위치를 추가하기로 뒤늣게 결정한 것은 스티브잡스가 생각하기에도 빼놓을 수 없었나 봅니다.)


스티브잡스는 매년 아이폰 신모델을 발표할 때마다 앞에서는 큰 박수를 받지만, 뒤에서는 원망도 많이 듣습니다. 매번 소비자가 기대했던 기능들이 계속 빠져서 출시가 되니까요. 현실적으로 추가하기 어려운 기능들도 있지만, 자동 스크린 로테이션 잠금 기능처럼 (아이패드의 경우처럼 하드 스위치가 아니더라도) 소프트웨어만 살짝 바꿔주면 되는 간단한 기능조차도 스티브잡스는 허락을 안합니다. (그래서 유저들은 'Jail-break탈옥' 이라는 편법을 이용해서 아이폰을 스티브잡스의 입맛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기도 합니다.)

작년 가을, 아이팟터치 3G 가 출시가 되었을 때도 엄청난 불만이 있었죠. 모두들 다 기정사실로 알고 있던 카메라가 빠진 것입니다.

어쨌든, 스티브잡스는 거의 독재자와도 같은 파워와 카리스마를 가지고 애플의 CEO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스티브잡스는 자기 취향이 아니면 소비자의 의견도 가볍게 무시합니다. 언론기자들도 스티브잡스는 쉽게 대하지 못합니다. 인터뷰하기도 힘들지만, 간신히 인터뷰를 하게 되더라도 아주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곤 합니다. 대통령한테도 거침 없이 질문하는 미국 기자들도 스티브잡스 앞에선 그러지 못합니다.


스티브잡스가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래도 애플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이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서 스크린 화질도 떨어지고, 멀티태스킹도 안되고, 플래쉬도 안되고, 불편하고 아쉬운게 몇가지 있어도; 맥북이 비슷한 기능의 다른 노트북보다 훨씬 더 비싸도, 애플 매니아들은 기꺼이 애플을 선택합니다. 애플 컴퓨터의 시장 점유률은 겨우 5% 남짓이지만 맥 유저들의 목소리는 PC 유저들의 목소리보다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열정적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애플을 보면,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기 쉬운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어내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도 소비자의 요구를 무시하면서 장사하는 회사도 드물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스티브잡스가 소비자들에게 내가 만들어주는대로 써라! 고 말하는 듯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애플 매니아들은 거의 종교처럼 스티브잡스를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우리에게 아이폰과 맥북프로를 주신 스티브잡스님에게 고마워합니다.

스티브잡스는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거의 쫒겨나듯 물러났고, 애플이 다 죽어가고 있을 때 컴백해서 애플을 완벽하게 부활시켰습니다. 스티브잡스 없이는 지금의 그 막강한 애플은 없습니다. 탠디 컴퓨터처럼 단순히 초창기에 반짝 영화를 누리고 사라진 그런 컴퓨터회사로 잊혀졌을지도 모릅니다. 스티브잡스는 애플을 월마트까지 제치고 엑손모빌과 마이크로소프트 다음으로 가치 있는 미국의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으로 키웠습니다. 그러니 스티브잡스는 애플이라는 회사에 절대적인 존재일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스티브잡스의 '마이 웨이' 는 계속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애플이 계속해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제품을 계속 만들어주는 한 소비자들은 기꺼이 그에게 지갑과 존경을 바칠 것입니다. 스티브잡스는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아버리면 소비자를 왕으로 생각하지 않고도 오히려 왕보다 더 높은 신神의 대접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매우 희한한 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 출시되는 아이패드에는 스티브잡스의 고집스런 '마이 웨이' 가 얼마나 많이 녹아들어 있는지 궁금해지는군요.






댓글 11개:

  1. 글잘봤습니다~^^

    스티브잡스의 신의교섭렷이란 책을보면

    그는 누구도 존중하지 않는듯 하더군요~

    남의 아이디어 가로채기는 기본이고

    터무니없는 뻔뻔함도 갖고있고요~

    여튼 강력한 카리스마의 독재시대가 끝나면

    애플제국은 막을내리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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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켄지군 - 2010/03/13 12:09
    스티브잡스의 후계자도 스티브잡스의 스타일에 깊게 물 든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듯 합니다. 장단점이 모두 있겠죠. 방문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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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도 아이맥, 맥북, 아이팟터치 다 쓰고는 있지만 애플도 계속 이런식이면 언젠가 한방에 훅 갈날이 올겁니다..



    소니가 지금 음향기기에서 이 꼴날거라고 10년전에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법.. 로마제국도 영원하지 못했듯 잡스옹도 어서 철들길 바랍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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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irisyuni - 2010/03/14 00:03
    현재로선 애플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회사가 없으니 아직은 스티브잡스의 독선과 고집에 오히려 환영하는 팬들이 많은 상황이죠. 10년 후엔 판도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네요. 방문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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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켄지군 - 2010/03/13 12:09
    저도 그 책 봤습니다 ㅋ 그렇지만 스티브 잡스에 관한 다른 책도 한번 보세요. 그 책은 낚시성 글들로 스티브 잡스를 아주 터무니 없는 사람처럼 그려 놓은 부분도 많더라구여. 그리고 스티브 잡스 없어도 애플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 혼자만이 아니라 그 애플이란 회사 자체가 아주 독창적이면서도 실용적이고 프라이드가 엄청난 마인드를 가진 체계와 사고방식을 가진 회사라는 걸 다른 책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그런 것 때문에 울 나라가 애플을 못 따라 잡는 것 같습니다.

    거기 개발자들은 단순히 고용되어서 돈 받고 일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내가 만들고 싶고, 내가 가진 기술을 다 쏟아 부어서 세상에 없던 새롭고, 놀랍고, 다른 사람들이 우러러 볼 수 있는 엄청난 기술의 물건을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더라구여.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회사라서 운영 체계가 울 나라 대기업하고 너무 다른 것 같더라구여.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저러는 건 애플이 화제를 몰고 올 수 있게 하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원하는 대로 다 들어 주면 이런 관심을 받기도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착하면 매력 없는 뭐 그런? 착하다고 칭찬은 받지만 화제의 중심에 들지는 못하는 조용한 기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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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 2010/03/14 02:01
    그러게요~ 한국에도 열정적 창의력을 가진 리더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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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런 고집이 언젠가는 고집이 아닌 세상을 바꾸려는걸지도...?



    ㅎㅎㅎㅎ 틀을 부셔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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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애플빠 - 2010/03/15 23:23
    이미 세상을 많이 바꾸었고 계속 바꾸고 있긴 하죠. ㅎㅎ 방문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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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잡스의 고집이 밉지는 않네요. ^^ 덕분에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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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trackback from: Apple iPad TV 광고
    지름을 허락받은 iPad가 4월 3일 판매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실, Wi-Fi 모델보다 3G 모델이 필요한거 같아서 4월 말에나 손에 넣을 수 있을 듯 싶다. 예약판매 당일 12만대를 팔아치우더니 그 다음날부터는 급하락하여 현재까지 15만대 정도 예약 판매를 했다고 한다. 어쨌든, Apple 주가는 200불대를 넘어서 현재 224불선. 생각해보면, 지난달인가 190불초반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좀 사둘껄. 어쨌든, 내 생각엔 이런 저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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