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9일 화요일

조선일보 행사에 참석할때만 조용했던 트위터 정치인들



진보신당 노회찬대표의 조선일보 90주년 행사 참석 사실에 인터넷과 트위터가 뿔났다. 2008년도에 문국현대표가 이회창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과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하면서 '버스에 합석하는 것 뿐이다' 라고 이해를 구했을 때도 인터넷은 뿔났었는데 그때와 약간 비슷한 반응이다.

노회찬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감사와 함께 사과드립니다 라는 제목의 본인 블로그에 올린 사과문을 링크로 올렸다. 내용을 보니 사과의 뜻과 함께 본인이 왜 조선일보의 간곡한 초대를 받아들이기로 결심을 했는지에 대한 해명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다른 야당 인사들도 많이 참석했는데 왜 유독 자신만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억울함의 마음도 엿보인다.



현재 트위터에서 가장 활발하게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야당 정치인이다. 노회찬, 심상정 이 두 진보신당 대표들이 트위터 정치인으로서는 선구자의 역할을 했고, 정동영의원이 약간 늦게 합류했지만 활동은 누구 못지 않다. 아마도 트위터에서의 활약을 비교하자면 노회찬대표와 정동영의원이 서로 막상막하일 것이다. 이들을 follow 하는 '트위터 친구들' 은 이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차를 타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누구를 만나고 왔는지, 오늘 점심으로는 무엇을 먹으러 가는지, 내일은 어떤 스케줄이 있는지.. 모두 본인들을 통해서 직접 듣게 된다. 때로는 음식사진도 함께 올라오고, 행사장의 장면도 사진으로 트위터에 올라온다.

그래서 조선일보 기념행사에 참석했다는 노회찬대표와 정동영 의원의 트윗을 들여다 보았다. 혹시라도 조선일보 행사장에서 실시간으로 사진을 찍어서 트위터에 올렸는지 찾아보았다.

그런데, 두 정치인 모두 조선일보 행사 참석에 대해서는 '트위터 친구들' 에게 '보고' 하지 않았다. 왜일까? 그렇게 당당하다면 평소처럼 가볍게 트위터를 통해서 상황보고를 하던지 사진 한장을 올릴 수 있었을텐데 왜 '비밀' 로 했을까?

내가 볼때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조선일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보일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참석을 안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노회찬대표의 사과문에 나온 설명대로 정치판이란게 원래 그런 곳이다.

정세균, 정동영, 추미애 이 세 정치인들에게는 별로 고민할 일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조선일보의 아주 특별한 행사이니만큼 의례히 정치계의 대표로 참석하는게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만일 조선일보 밉다고 참석을 거절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재미없을 거라는 걸 이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조선일보가 평소에는 짜증이 나는 신문이더라도 초대하면 가줘야 한다.

하지만, 진보신당을 보는 눈은 민주당을 보는 눈과는 확실히 다르다. 국회의원이 한명도 없다가 겨우 한명 원내에 진출시킨 진보신당은 잃을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 원칙을 지키기 쉬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신당은 오히려 시원하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신당은 스스로 시원할 수 있다.
오아시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종 청량음료의 역할은 해주곤 한다. 그런데 이번에 노회찬대표의 조선일보 90주년 행사 참석으로 인해서 그 청량감이 훼손이 되었다. 역시 정치인은 알고보면 다 거기서 거기야 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후보로 야권이 연합해서 한나라당과 1:1로 싸우라는 국민의 요구가 높아질텐데.. 상대적으로 많이 낮은 지지율을 급상승 시켜야할 이 중요한 시기에 기존의 지지자들한테까지도 돌을 맞는 이런 실수는 치명적이기 쉽다. 참석은 민주당이 더 많이 했는데 정치적 손해는 진보신당이 더 크게 보게 된 것이 억울하다면 그건 진보신당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란다.

아무튼, 두 트위터 대표 정치인이 조선일보 행사 참석을 '트위터 친구들' 에게 숨겼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하다. 특히, 노회찬대표의 입장에서는 미리 트위터에 그 사과문의 내용을 먼저 올리고 오히려 당당하게 갔더라면 이렇게 무덤을 파는 결과는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아니면, 행사장에서 테이블 위의 음식 사진이라도 찍어서 "조선일보 생일파티에는 이런 음식이 나오는군요." 이렇게 소개를 했더라면 오히려 그 음식사진이 더 큰 이슈가 됐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었을까.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노회찬 이전에 조선일보를 경계하라
    얼마 전 누리꾼들 사이에 뜨거운 분쟁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기념식' (이하 기념식) 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이 초대를 받고 참석한 것이 분쟁의 발단이었다. 자신이 조선일보로 인해 큰 고통을 받았으면서 어떻게 조선일보에서 연 기념식에 갈 수 있느냐, 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얼마 후 노 대표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해명을 했지만 (http://chanblog.kr/472..

    답글삭제